의도된 미러링(mirroring)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크리스털 장식이 반짝이는 울 스웨터나 데님팬츠, 봄버 집업 재킷, 붉은 가죽 재킷, 다양한 룩과 함께 스타일링 한 실크 액세서리 등을 지난 쇼에 이어 반복해 선보였다.
쇼장 역시 마찬가지. 밤처럼 깊은 어둠이 깔렸다. 오직 런웨이에만 밝은 빛을 떨어뜨린 세트 디자인은 오직 모델이 입은 의상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옷이 아니라 현란한 장소에 빼앗길 신경은 조금도 없다는 듯이. 그곳은 지난 쇼를 재연하기 위해 밀라노 폰데리아카를로마끼(Fonderia Carlo, Macchi)에 재건설한 현장이다. 작년 9월 밀라노를 대표하는 거리인 브레라에서 예정됐던 구찌의 여성 쇼는 궂은 날씨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구찌 본사로 장소를 변경했다. 그러나 이 대안이 오히려 컬렉션 자체의 주목도를 높였다. 사르노는 그 전화위복의 순간을 남성 컬렉션으로 재구성했다.
이곳에서 흘러나온 음악 역시 작년에 이어 마크 론슨의 손을 거쳐 완성된 플레이리스트였다. ‘매스큘리니티(Masculinity)’ 곡을 배경으로 남성 모델을 여성 컬렉션과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스타일링하는 것은 그가 젠더에 질문을 던지는 섬세한 방식이었다.
‘다시’는 회귀를 의미한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정제된 실루엣으로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가 제안하는 옷을 보고 있노라면 사바토가 그 자신을 옷으로 복잡한 자의식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보단 그 옷을 입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디테일한 기술자에 대입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선 그가 완성한 2차례의 쇼가 톰 포드 시절의 구찌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정작 사바토가 이끄는 구찌는 특정 인물이나 시대가 아닌 하우스의 철학과 본질로의 회귀를 목표로 한다. 무언가를 거듭 입에 올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그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여성복 컬렉션과 남성복 컬렉션을 차례대로 완성한 사바토 드 사르노. 그는 흔들림 없이 새로운 비전을 재차 밝혔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다시’는 거꾸로 가지 않는다. 그의 ‘앙코라’는 새로운 내일을 향한 미래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