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다시,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가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을 공개했다.

강민지 BY 강민지 2024.01.15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런웨이에서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전하는 사바토 데 사르노.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런웨이에서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전하는 사바토 데 사르노.

‘구찌 앙코라(Gucci Ancora)’. 번역하면 ‘다시 구찌’. 이것은 구찌의 새 비전이다. 구찌를 통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져보란 뜻을 담았다. 이 대담한 메시지를 보낸 건 새로운 수장으로 온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 밀라노에서 그가 지휘한 첫 여성 쇼를 공개했다. 일상에서 손이 가는 아이템에 군더더기는 없애고 세부에 집중한 컬렉션이었다. 일상보단 상상에 푹 빠져있길 좋아하던 그의 전임자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택해 그의 흔적을 지운 셈이다. 그리고 2024년 1월 12일, 사르노는 ‘다시’를 다시 되풀이했다. 그날 구찌의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으로 남성복 데뷔 컬렉션을 치렀다.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쇼.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쇼.

 첫 룩을 보곤 기시감이 들었나? 착각이 아니다. 약간의 디테일을 제외하면 그가 지휘한 구찌의 여성복 컬렉션과 남성복 컬렉션은 실제로 거울처럼 닮았다. 같은 소재로 만든 동일한 아이템이다.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과 거울처럼 닮은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과 거울처럼 닮은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은 연 건 라펠이 치솟은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목선이 부드러운 화이트 탱크 톱, 붉고 따뜻한 ‘구찌 로쏘’로 물들인 재키 백, 더블 G 로고가 돋보이는 마몽 벨트 마지막으로 없었더라면 허전했을 무거운 금속체인 네크리스. 2024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의 대문을 연 첫 룩과 차이라면 홀스빗 로퍼의 형태, 여성 모델의 쇼츠가 남성의 팬츠로 대체된 정도다. 
다음 장을 넘겨 2024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과 똑닮은 2024 봄-여름 컬렉션을 확인하라.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과 거울처럼 닮은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
의도된 미러링(mirroring)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크리스털 장식이 반짝이는 울 스웨터나 데님팬츠, 봄버 집업 재킷, 붉은 가죽 재킷, 다양한 룩과 함께 스타일링 한 실크 액세서리 등을 지난 쇼에 이어 반복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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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폰데리아카를로마키에 세워진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 쇼장.밀라노 폰데리아카를로마키에 세워진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 쇼장.밀라노 폰데리아카를로마키에 세워진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 쇼장.밀라노 폰데리아카를로마키에 세워진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 쇼장.
쇼장 역시 마찬가지. 밤처럼 깊은 어둠이 깔렸다. 오직 런웨이에만 밝은 빛을 떨어뜨린 세트 디자인은 오직 모델이 입은 의상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옷이 아니라 현란한 장소에 빼앗길 신경은 조금도 없다는 듯이. 그곳은 지난 쇼를 재연하기 위해 밀라노 폰데리아카를로마끼(Fonderia Carlo, Macchi)에 재건설한 현장이다. 작년 9월 밀라노를 대표하는 거리인 브레라에서 예정됐던 구찌의 여성 쇼는 궂은 날씨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구찌 본사로 장소를 변경했다. 그러나 이 대안이 오히려 컬렉션 자체의 주목도를 높였다. 사르노는 그 전화위복의 순간을 남성 컬렉션으로 재구성했다. 
 
사르노는 실크 타이 액세서리로 정형화된 남성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사르노는 실크 타이 액세서리로 정형화된 남성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사르노는 실크 타이 액세서리로 정형화된 남성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곳에서 흘러나온 음악 역시 작년에 이어 마크 론슨의 손을 거쳐 완성된 플레이리스트였다. ‘매스큘리니티(Masculinity)’ 곡을 배경으로 남성 모델을 여성 컬렉션과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스타일링하는 것은 그가 젠더에 질문을 던지는 섬세한 방식이었다.
 
재키 백은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쇼의 키 아이템으로 더 다양한 소재와 사이즈로 탄생했다. 재키 백은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쇼의 키 아이템으로 더 다양한 소재와 사이즈로 탄생했다. 재키 백은 구찌 2024 가을 겨울 남성 패션쇼의 키 아이템으로 더 다양한 소재와 사이즈로 탄생했다.
‘다시’는 회귀를 의미한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정제된 실루엣으로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가 제안하는 옷을 보고 있노라면 사바토가 그 자신을 옷으로 복잡한 자의식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보단 그 옷을 입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디테일한 기술자에 대입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선 그가 완성한 2차례의 쇼가 톰 포드 시절의 구찌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정작 사바토가 이끄는 구찌는 특정 인물이나 시대가 아닌 하우스의 철학과 본질로의 회귀를 목표로 한다. 무언가를 거듭 입에 올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그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여성복 컬렉션과 남성복 컬렉션을 차례대로 완성한 사바토 드 사르노. 그는 흔들림 없이 새로운 비전을 재차 밝혔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다시’는 거꾸로 가지 않는다. 그의 ‘앙코라’는 새로운 내일을 향한 미래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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