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어쩌다 보니 목요일에는 플루트, 토요일에는 중국어 수업을 들으며 느낀 것. 40대에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일과 40대에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이걸 시작해서 유창해지거나 밥벌이에 활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확실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뇌나 관절이 ‘말랑말랑’한 시절에 시작했더라면 빠르게 늘었을 텐데, 둘을 외우다가 하나는 잊어버리면서 ‘울퉁불퉁’ 더디게 나아간다. 그저 정해진 구멍을 손끝으로 짚었을 뿐인데, 자려고 누우면 어찌나 손가락 마디마디가 뻐근하고 팔꿈치가 아린지. 아마 소리를 내느라 온몸에 힘을 주고 용을 써서 그럴 것이다. 뭘 배워도 ‘힘 빼기의 기술’은 거의 필수적이다. 일하고 운동하고 집안일 돌보는 루틴을 따라 지내다 보면 1주일에 한 번 수업을 받고 매일 일정하게 연습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걸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재미있다는 사실이 나를 이끈다. “메뉴판 좀 주시겠어요? 독일 맥주 세 잔 주문할게요.” 몇 가지 외국어 단어를 외우고 배운 문장 구조를 결합해서 입 밖으로 낼 때와 친숙한 멜로디를 숨으로 따라갈 때 느끼는 기쁨은 서로 닮았다.
두 달째 접어든 플루트 연습은 여전히 더디다. 훌륭한 음악만 골라 듣는 청취자로 살아온 어른의 귀에는 형편없는 스스로의 연주를 견디는 일 또한 연습의 괴로움에 포함된다. ‘반짝반짝 작은 별’은 충분히 반짝이지 않고, ‘노래는 즐겁다’는 서글프게 들리며, ‘환희의 송가’는 처절함의 송가로 들린다. 하지만 쑥쑥 눈에 띄게 성장하는 신록과는 다르게 어느 날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이파리를 발견하는 희열도 세상에 있는 법이다. 어른은 자신이 어렵게 번 돈으로 수업료를 내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안다. 학원 가기 싫을 때 등을 떼미는 엄마가 없어도 퇴근 후에 스스로 연습해 올 줄 안다. 무념무상의 집중력, 흡수력이 좋은 두뇌, 유연한 손가락은 어린이의 것일지 모르나 어른의 배움에는 ‘자발적 의지’라는 힘이 있다. 한국에서 10년 생활한 중국어 선생님은 가끔 좀 어색한 한국어 표현을 쓰곤 한다. 할아버지인 어느 학생이 처음에는 발음과 성조를 정말 어려워했지만 마지막 과정을 마칠 때 훨씬 나아졌다는 말씀을 하면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성인이니까 혼자서 스스로 힘을 냈나 봐요.” 어른이 되어서도 뭔가를 배운다. 그 과정에서 혼자서 스스로 힘을 낸다. 세상은 영원히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잡지 에디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운동 애호가. 인기 팟캐스트 〈여둘톡〉 공동 진행자로 지면을 넘어 방송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