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과 이준영, 홍수주의 숲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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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과 이준영, 홍수주의 숲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한 빛을 향해 파고드는 세 사람. <로얄로더>의 이재욱, 이준영 그리고 홍수주가 그 길 끝에서 끝내 구하려는 것.

전혜진 BY 전혜진 2024.03.26

 숲을 향해 가는 이재욱

 
오늘 세 사람을 보고 영화 〈몽상가들〉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극중 루이 가렐이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도 〈로얄로더〉에서 당신이 맡은 캐릭터, 태(테)오인 거 아나요
정말요? 몰랐어요. 아직 〈몽상가들〉을 못 봤거든요. 이름이 같을 줄이야!
 
실제로 보니 루이 가렐 같은 분위기도 있군요. 이재욱은 어떤 영화를 즐겨 보나요
옛날 영화요. 그중에서도 인간적인 드라마를 선호해요. 〈포레스트 검프〉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요. 특히 로빈 윌리엄스를 좋아하는데, 스무 살 때 〈죽은 시인의 사회〉를 연극으로 올린 적 있어요. 그때 그에게 빠져 인터뷰도 찾아봤죠. 그가 한 말 중에 마음에 담아둔 게 있습니다. “사람은 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배우의 길을 찾아가는 저에게 큰 자극이 됐어요.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팬츠는 Bottega Veneta.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팬츠는 Bottega Veneta.

한 배우가 당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셈인데, 반대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나요
그럼요. 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아니고요. 드라마가 16편이라면 시청자는 적어도 16시간을 투자한 셈인데, 그 시간 동안 좋은 기운을 드릴 수 있다면 이것만큼 보람찬 일이 어디 있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허투루 연기하지 않겠군요
이전에 연극 연출가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있어요. 작품 러닝 타임은 두 시간 남짓이지만, 관객은 그걸 보기 위해 정보를 찾고, 예매하고, 공연장까지 오고…. 그러니까 하루를 연극에 쓴 거잖아요? “배우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늘 되새기고 있어요.
 
 
 톱은 Wooyoungmi. 스커트는 Versace. 팬츠는 Valentino.

톱은 Wooyoungmi. 스커트는 Versace. 팬츠는 Valentino.

〈로얄로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태오를 연기하면서 어땠나요
이렇게 비밀스럽고 감정을 감추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 감독님께 여쭤봤죠. “제가 태오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냐”고. 그랬더니 “어울리는 건 모르겠지만, 이재욱이라는 배우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구하고 찾아내고 구축하는 스타일 같다. 그래서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힘을 받아서 캐릭터에 더욱 파고들었죠.
 
실제로 이재욱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구하고 찾아내고 구축하려는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믿어요. 특히 캐릭터가 겹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요. 많은 배우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저도 제 안에 있지만 보여드리지 못한 이재욱을 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태오는 그런 노력의 연장선에서 연기한 인물입니다. 함께 출연한 이준영 배우가 제작보고회에서 당신이 “잘 이끌어줘서 난 잘 이끌려 다녔다”고 말했어요. 또래 사이에서 좀 어른스러운 편인가요
일단 준영 형이 칭찬을 잘해주는 선배예요. 그리고 어른스럽냐고 물으신다면… 어른스럽다기보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중한 편이에요.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신중함이 타고난 기질인가요
말이 지닌 힘을 알고 있거든요. 뱉은 말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조심하려는 거죠.
 
대중의 관심이 커질수록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나요? 혹은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죠. 요리사가 요리하다가 손이 다칠 수도 있는데, 다치는 게 싫다고 요리를 그만둘 건 아니잖아요. 배우는 대중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또 보여지는 직업이기에 평가가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로얄로더〉는 우정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이재욱이 생각하는 좋은 친구란
저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솔직함이 약점이 될 수 있으니 말을 아껴라. 하지만 진짜 친구는 내가 어떤 부분을 이야기해도 그것을 약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것 같아요. 특히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끔 가족에게도 말 못할 상황이 생기거든요? 현장의 설움이라든지 캐릭터 구축의 고단함 같은 것들. 진짜 친구들과 그런 것을 나누죠.
 
부모님께는 걱정할까 봐 말 못하는 거겠죠 
맞아요. 워낙 걱정도 많으신데 아들이 또 노출이 많은 직업이라 작은 반응도 큰일처럼 받아들이세요.
 
본인이 효자라고 생각하나요
네! 효자 같아요. 하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저와 누나를 키우셨어요. 어머니랑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저희를 키우느라 놓친 취미나 포기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재욱이 입은 셔츠와 팬츠, 타이, 로퍼는 모두 Valentino. 이준영이 입은 이너 톱과 셔츠 팬츠, 벨트는 모두 Dolce & Gabbana.

이재욱이 입은 셔츠와 팬츠, 타이, 로퍼는 모두 Valentino. 이준영이 입은 이너 톱과 셔츠 팬츠, 벨트는 모두 Dolce & Gabbana.

태오는 모의교사 전국 0.1%에 드는 수재죠. 그 좋은 머리를 권력 상승을 위한 무기로 쓰는데, 당신이 0.1%에 드는 수재였다면 그 재능을 어디에 썼을 것 같아요? 연기 아닌 다른 일을 했을까요
만약 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태오의 지능을 지녔더라도 연기할 것 같아요.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 작업하는 환경을 좋아해요. 이만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직업이 제게 또 있을까요?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사랑하는군요
좋아하죠.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진심이고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늘 아쉬워요. 인물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는데 하는.
 
살면서 연기할 인물 중에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캐릭터가 생길까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제 은퇴식이지 않을까요(웃음)? 매 신이 완벽의 연속이고, 더 이상 내가 표현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면 은퇴할 것 같아요. 아시잖아요. 절대 만족이라는 게 존재하기 힘든 직업이라는 거. ‘신이 잘 나왔다’는 있을 수 있지만 ‘완벽해!’라는 게 있을까 싶은 거죠.
 
배우는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내야 해요. 타인의 삶을 연기한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직업으로서의 일일 수도 있고, 희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는데
얘기한 모든 게 다 엮여 있어요. 희열도 느끼고 직업인으로서 책임감도 느끼죠. 다만 늘 생각하는 건 이재욱 개인의 매력이 보여지는 게 아니라, 작가님이 설정해 준 캐릭터로 보여져야 한다는 거예요.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숲이 됐으면 좋겠어요.
 
 

끝을 정하지 않는 이준영

 
〈로얄로더〉 공개 후 시청자 반응을 찾아봤을 텐데 인상적인 코멘트가 있었다면
“너 힘들었겠다!” 저는 애교가 없는 사람인데, 이번 작품에서 인하의 무기로 내세운 게 애교입니다. 그러다 보니 연기하다 ‘현타’가 온 적 많았죠. 애교스럽게 풀어지는 연기를 하다 ‘컷’ 사인이 들어왔을 때 급속도로 밀려드는 부끄러움이란….
 
애교가 없다니 반전인데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실제 모습이 나온 줄 알았거든요
아쉽지만 없습니다. 힘들었겠다는 피드백을 받아 오히려 놀랐죠. 내 고충을 알아주는구나 싶고….
 
 
 셔츠와 재킷, 팬츠는 모두 Fendi.

셔츠와 재킷, 팬츠는 모두 Fendi.

인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입니다. 2017년 연기 데뷔작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도 혼외자를 연기했었습니다
그때뿐인가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죠. 그러니까 저는 혼외자 전문(웃음)? 그래서 캐릭터가 겹쳐 보이지 않을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은 그런 걱정보다 디테일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인하는 보여지는 것 이면에 다른 모습이 많은 친구여서 초고를 읽을 때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욕망과 아픔, 두 가지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죠.
 
이재욱 배우와의 브로맨스가 흥미롭더군요. 옥상에서 둘이 이어폰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은 은근 로맨스의 클리셰를 부수는 느낌이라 재밌었습니다
저희도 찍으면서 많이 웃었어요.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는데, 인하가 태오에게 “엄마가 가수야?”라고 묻는 게 대본엔 없었거든요. 제 애드리브에 재욱 씨가 또 “미친!”이라고 절묘하게 받아치고(웃음).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죠. 인하와 태오는 그렇게 현장에서 만들어간 부분이 많았어요.
 
원래 애드리브를 잘 구사하는 편인가요
아뇨. 저는 딱 교과서입니다.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강인하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재벌가 혼외자는 설정상 뻔한 캐릭터잖아요? 그 틀을 깨보고 싶었죠.
 
태오가 ‘포커페이스’라면 인하는 감정 표현에 솔직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기 힘든 인물 같기도 해요. 동시에 배우 이준영이 지닌 장점도 이와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예컨대 매우 밝은 이미지인데, 표정에 따라 언뜻언뜻 차가워 보일 때가 있는 것처럼요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제가 또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티를 잘 안 내요. 안 그래도 10년을 안 친구가 얼마 전에 “넌 힘들 때 있냐?”고 묻더군요. “있지, 사람인데.” “그런데 왜 얘기 안 해?” “이야기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뭐.” 제가 이래요. 문제의 본질을 스스로 찾고 정리하고 해결하지 표현하지는 않아요.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이준영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이준영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어째서인가요
누군가와 고민을 나눈다는 게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기보다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는데요. 그게 때로는 이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는 안 듣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나보다 더 힘든 일이 있어서 심적으로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아무리 오랜 기간을 안 사람이라도 만났을 땐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그게 저에겐 상대를 대하는 애티튜드입니다.
 
데뷔 11년 차인데, 지난 11년간 일어난 일 중 가장 인상적인 건
홀로서기를 한 일이죠. 2021년에 11년을 함께한 형과 회사에서 나와 독립했는데 그때가 저에겐 변곡점이었던 것 같아요. 마인드가 단단해졌거든요. 물론 무서웠지만 형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고 열심히 달리다 보니 감사하게도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나게 됐죠.
 
〈황야〉가 공개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로얄로더〉를 내놓게 됐어요. 〈약한영웅 Class 2〉 〈폭싹 속았수다〉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멜로무비〉 캐스팅 소식도 들리더군요. 쉴 틈 없이 작품을 찍고 있는데, 배우로서 지금 어떤 시기라고 생각하나요
그냥 걷는 중인 것 같아요. 제가 산책을 자주 하는데, 산책할 때 끝을 정하지 않고 나가요. 어떤 날은 30분 걷다 들어오고, 어떤 날은 2~3시간 걷기도 하죠. 길을 걸을 때의 잔잔한 흐름을 좋아해요. 배우로서 이준영 역시 그렇게 ‘바이브’를 느끼며 걷는 중이죠.
 
 
 이준영이 입은 블라우스와 재킷,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홍수주가 입은 오프숄더 드레스는 Jacquemus by Luisaviaroma.

이준영이 입은 블라우스와 재킷,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홍수주가 입은 오프숄더 드레스는 Jacquemus by Luisaviaroma.

걸을 때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고 비우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다른 걸 합니다. 다양한 노래를 ‘디깅’하고, 공부하면서 걸어요. 남들이 보면  웃길 거예요. 리듬 타면서 한강을 걷고 있으니까. 제가 춤을 췄었거든요.
 
댄서를 다룬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말한 적 있어요. 진전은 좀 됐나요
썼다가 지웠죠. 하하. 계속 공부하는 중이에요. 〈황야〉를 함께 작업한 (마)동석 선배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어요.
 
아, 마동석 배우가 시나리오 개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죠
네. 어제도 만나서 조언 구하고 그랬어요.
 
 
인하는 버림받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죠. 이준영은 어떤가요? 어떤 욕망이 가장 큽니까
옛날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준영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다 잘해!’ 이런 인정을 갈구했죠. 신기하게도 그게 사라졌어요. 지금은 그보다 제 안에 있는 감정이 큰 변동 없이 쭉 이어지면 좋겠다 싶어요. 그게 제 욕망이에요.
 
가장 어려운 욕망을 가지고 있군요
하하하. 맞아요. 이게 정말 어려운 거죠. 감정이라는 게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욕망인 거죠. 또 다른 말로 목표인 거니까.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데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저 스스로가 별로더라고요. 너무 멋없게 느껴졌어요. 갓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뛰려고 했달까.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한참 멀었는데 왜 자꾸 인정해 달래’ 이렇게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걸 깨닫게 되면서 내가 바보 같았음을 알았죠. 물론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을 겪고 나니 조금 여유로운 사람이 됐으니까요.
 
자신의 어떤 면을 사랑하나요
저 꽤 바보 같은 면이 많아요. ‘신문물’이나 트렌드를 잘 몰라서 가끔 허술해 보일 때도 있는데, 특별히 유행을 따라가진 않아요.
 
내 걸음대로 걷고 싶은 거군요
맞아요. 내 호흡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투피스와 슈즈는 모두 Ferragamo.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투피스와 슈즈는 모두 Ferragamo.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유히 흐르는 홍수주

 
본명이죠? 뜻이 뭔가요
빼어날 ‘수’, 나라 ‘주’. 나라에서 빼어난 사람이 돼라는 의미예요(웃음).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어요.
 
연기자의 길은 할아버지 말씀이 현실이 되는 길이기도 하겠네요
하하. 그러면 좋겠어요.
 
긴 호흡의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잖아요? 〈로얄로더〉 찍으면서 부담과 기대가 몇 대 몇 비율로 존재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담이 80~90%?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보다 준영 씨와 재욱 씨 모두 잘하는 친구들이니까 내가 피해가 가지 않게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첫 방송은 어디서 봤나요
집에서 봤어요, 혼자. 같이 보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웃음).
 
‘흙수저’라는 열등감을 딛고 성공하기 위해 악착같이 나아가려는 욕망이 가득한 나혜원은 감정의 층위가 상당히 두터운 인물이죠. 어떻게 해석하면서 접근했나요
혜원이는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요. 자존심도 세고요. 욕망이 강한 캐릭터인데 그것을 과도한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 욕망을 뭔가를 꿈꿔 나가려는 에너지와 희망이 큰 것으로 해석했거든요. 주관이 뚜렷한 인물, 그게 혜원이라고 생각했고요.
 
이재욱이 입은 레더 코트는 Versace. 홍수주가 입은 재킷과 팬츠, 벨트, 스카프는 모두 Prada.

이재욱이 입은 레더 코트는 Versace. 홍수주가 입은 재킷과 팬츠, 벨트, 스카프는 모두 Prada.

 혜원은 열등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상류층 앞에서 굽히는 성격도 아니죠. 실제 홍수주는 그런 혜원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혜원이랑 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에요. 조급해하지 않고, 무엇이든 좋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일희일비하지 않는군요
맞아요.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아요.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스타일이라서 친구들이 스님 같다고 해요. 하하.
 
부러운 성격이군요. 늘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직업을 갖기에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런가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그런 분들이 부러워요. 감정의 희비를 예민하게 느끼는 분들. 감정의 폭이 큰 건 배우로서 장점이거든요.
 
오, 그럴 수 있겠군요. 어릴 때부터 감정이 무던했나요
음… 철학책의 영향인가 싶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철학책을 많이 읽었는데, 알게 모르게 영향받지 않았나 싶어요.
 
철학의 어떤 면에 끌린 건가요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 과목을 배우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신기한 사상이 많긴 한데, 생각해 보면 다 맞는 말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철학과 인문학 관련 책을 찾아 읽었어요. 그러면서 많은 걸 배웠고요. 가령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안 그래요. 그냥 ‘나랑 우선순위가 다르구나’라고 받아들이는 편이죠.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슈즈는 Gianvito Rossi.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슈즈는 Gianvito Rossi.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홍수주가 그나마 흥분하는 게 있다면
게임할 때. 특히 ‘롤’(〈리그 오브 레전드〉)할 때 기분이 ‘업’되곤 해요.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경기 보는 걸 더 좋아하죠. 롤은 업데이트가 자주 되고 관련 대회도 주기적으로 열려서 흥미를 갖고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큰 틀은 정해졌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새롭게 바뀌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그걸 보면서 느끼죠. 연기든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구나.
 
배우 이전의 삶이 궁금해요. 광고 모델로 활동한 적도 있지만 일찍부터 배우의 길을 꿈꿨나요
처음에는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가 지금 회사를 만나 광고 모델을 시작했죠. 많이 내향적인 성격이라 이런 진로를 꿈꾸지도 못했는데, 회사 대표님이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먼저 제안하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연기도 시작하게 됐어요.
 
적극적으로 배우를 꿈꿨다기보다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들의 제안을 받고 시작하게 된 셈이군요
진심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감사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고요. 저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살면 실제로 좋은 운이 들어온다고 믿는 편이에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2020년 웹 드라마 〈도시 남녀의 사랑법〉으로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 스페셜 2021-비트윈〉,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 2〉 등에 출연했어요. 지금 이렇게 〈로얄로더〉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요. 배우로 보낸 지난 4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지나간 일에 후회를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연기는 달라요. ‘그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후회가 늘 남거든요. 영상 매체의 경우 촬영이 끝나고 그것이 화면에 담기면 다시 수정할 수 없기에 연기할 때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진 않다는 것도요.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슈즈는 Gianvito Rossi.

이재욱이 입은 재킷은 We11done. 이너 웨어 톱은 Wooyoungmi.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이준영이 입은 셔츠와 타이, 코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홍수주가 입은 트위드 드레스는 Dolce & Gabbana. 슈즈는 Gianvito Rossi.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제까지 나온 작품 중에서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클로저〉에서 주드 로가 연기한 ‘댄’이요. 그 영화를 연령별로 여러 번 봤는데, 어릴 때는 댄이 이해가 안 됐어요. 상대가 상처받을 텐데 왜 저렇게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가 싶었거든요. 커서 다시 보니 이면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본능적인 캐릭터가 댄인 것 같더라고요. 그 본능의 감정을 연기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인생의 화두는
제가 그렇게 어리진 않아요. 94년생이니까 또래 배우보다 연기를 늦게 시작한 셈이죠. 그런데 내향형 인간이라 감정 표현을 잘 못해요. 어떻게 하면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부쩍 생각하는 중이에요.
 
남보다 스타트가 늦어서 조바심이 들진 않나요
조바심이라기보다 저만의 속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두 가지가 공존하는데, 잘할 수 있다는 것에 더 가능성을 두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를 믿고 주어진 일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계속 좋은 일이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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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포토그래퍼 목정욱
    라이터 정시우
    스타일리스트 임혜림 / 전희경 / 이윤미 / 한혜연
    헤어 스타일리스트 안홍문 / 강지은 / 이혜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문지원 / 김은지 / 조은정
    아트디자이너 민홍주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어시스턴트 전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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