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 리오스와 마크 포르네, 그리고 까레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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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 리오스와 마크 포르네, 그리고 까레

마누 리오스와 마크 포르네는 반짝이는 세계 뒤편의 가장 솔직한 곳, 거리를 들여다본다. 까레는 그렇게 탄생했다.

ESQUIRE BY ESQUIRE 2024.03.27
 
BRAND

:  CARRER

 
DESIGNER

:  MANU RÍOS & MARC FORNÉ

 
십대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들었다.
마누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제든 바다 건너 이름 모를 나라의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별다른 노력 없이도 누군가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만났다. 아주 어릴 때부터 둘 다 패션을 너무 사랑했다. 이야기도 잘 통했다. 좋아하는 브랜드나 스타일, 사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밤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몇 년간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성인이 된 후 우연히 한 행사장에서 그를 만나게 됐는데, 그때는 서로 각자의 길을 잘 걸어왔다는 어떤 뿌듯함까지 느껴지더라. 그날 이후 점점 더 막역한 사이가 됐다.  
결국 마누는 소위 스타가 됐다. 마크는 스타 스타일리스트가 되었고.  
마크 마누를 맡기 전에도 여러 아티스트들의 스타일링을 경험했지만, 마누를 스타일링한다는 건 그 의미가 특히 크다. 친구로 시작해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니까. 그래도 그 모든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마누에게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해진 순간부터 너무 당연하게 나는 그를 입히고 있었다. 그에게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어떤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지가 머릿속에 아주 쉽게, 또렷하게 그려졌으니까. 평소에 나누던 이야기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말이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일하는 건 쉽지 않다. 서로 예민해지는 순간도 분명 있을 거고. 그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마크 까레를 시작하기 전, 마누를 스타일링하며 쌓아둔 데이터베이스가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웃음) 예민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까레를 준비하면서는 다툰 기억이 없다.
마누 옷이 완성되면 룩북이나 프로젝트를 위한 스타일링은 마크의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마크는 내게 충분히 의견을 묻는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면 본인 마음대로 상대방의 생각을 재단해버리기 쉬운데, 우리는 그걸 경계하는 편이다. 우리가 불화 없이 까레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이유다. 늘 존경하고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브랜드에 도움 되는 방향이어야 하니까.
까레의 2024 스프링 컬렉션.

까레의 2024 스프링 컬렉션.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건강한 관계처럼 보인다. 서로에게 어떤 시너지를 느끼나.
마크 마누는 내 시야를 넓혀준다. 좋은 피사체라고 할까. 그를 꾸미는 건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다. 페미닌과 스트리트, 클래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마음껏 실험할 수 있어서. 때로는 나 혼자 했다면 분명 관심 갖지 않았을 것들로부터 뜻밖의 취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누 마크는 늘 옷을 갖고 있다.(웃음) 유행을 신경 쓰지 않는 본인만의 또렷한 주관이 있어서 새로운 브랜드를 거부감이나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 모습에서 늘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 나머지 하나는 그의 성격적인 부분인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파고들어 쟁취하는 끈기다. 스타일링을 할 때도, 까레를 만들어나가는 지금도 이런 불도저 같은 무식함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오랫동안 옷을 좋아해왔다지만 스타일링과 브랜드 운영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옷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디자이너를 동경해왔기 때문에. 그런데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이제 까레에도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우리의 어렴풋한 비전도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팀원들 말이다. 이 사람들과 옷 이외의 다양한 영역에도 도전해보려 한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자신만의 콘텐츠가 확실한 브랜드가 됐으면 해서.
그래서인지 까레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마크 까레를 오픈하기 전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인스피레이션 아카이브를 공유하기로 했다. 거리는 우리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까레가 시작된 곳. 제각기 다른 풍경과 건물, 사람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기의 흐름… 마누와 나는 그것들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그들의 눈으로 본 도시 풍경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싶었다. 그 작업물들이 까레의 정체성이자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스타의 브랜드를 떠올릴 때 갖는 반짝거림이 까레에는 없다. 그래서 까레가 좋지만.
마누 누군가는 화려하다 말하는 삶 뒤편에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 보여주고 싶었다. 마크와 내게 까레는 휴식이다. 우리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까레를 통해 전부 볼 수 있다. 패션계는 늘 고고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은 모습들이 많으니까. 그 잠깐의 화려함을 위해 거리를 뛰어야 하고,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들어야 한다. 어쩌면 그런 진정성과 솔직함, 사치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마크 옷의 본질에 대해 늘 고민한다. 옷장 하나를 까레의 옷으로만 가득 채워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본에 가까운 옷. 빈티지와 클래식, 워크웨어. 본질을 동시에 품고 있는 옷. 언제나 그런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 한다.
까레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나.
마크 까레의 본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그 베이스캠프와 수시로 아이디어를 나눈다. 최근에는 오스카 시상식을 비롯한 이런저런 일들로 해외를 오갈 일이 유독 많았는데, 그곳에서마저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스타임을 켰다. 부자재의 모양과 소재, 사소한 디테일 하나까지도 아직은 포기할 수 없어서.
마누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커뮤니티 시리즈’ 프로젝트에는 애정이 더 각별하다. 본인의 이야기가 확실하며, 거리를 사랑하고, 동시에 아름다운 사람들을 지금도 계속 찾고 또 공유하고 있다. 연락 달라.
까레의 포문을 연 건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과의 협업이었다. 축축한 런던의 오후, 마드리드의 선명한 색채, 리스본의 반짝이는 바다.... 제각기 다른 도시와 거리 풍경은 까레의 영감이 되어줬다.마누 리오스의 야심작 커뮤니티 시리즈. 둘은 이 프로젝트에 애정이 유독 남다르다. 프랑스부터 상하이, 캘리포니아까지 다양한 도시의 거리에서 까레를 입은 남자들을 만난다. 알맞은 사람이 나타나면 전 세계 어디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어떤 사람이 까레를 입었으면 하나?
커뮤니티 시리즈는 말 그대로 우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수단일 뿐이고, 모든 사람이 까레를 입었으면 한다. 남녀노소 누구든 말이다. 가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까레를 입은 모습을 상상한다. 까레를 입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길거리를 거닐며 쇼핑하는 모습도 그려본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영역의 누군가가 까레를 입은 모습이 보고 싶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게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움이자 까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입을 수 있지만 어딘가 조금 다르게 재정의된 클래식.
최근 영감받은 것들.
매일, 매 순간 끝도 없이 자극적인 패션 콘텐츠가 쏟아지고, 우리 역시 그걸 소비하지만, 앞서 말했듯 까레의 영감은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서 온다. 최근에는 LA에 함께 다녀왔다. 멋있게 해진 워크웨어를 입고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는 아이들, 따가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건물의 모습, 그 자유분방함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많이 얻고 왔다.
최근 거리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프러포즈를 목격했다든지, 길을 잃어버렸다든지, 뭐든 좋다.
마크 까레를 입은 사람들을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있었던 패션위크에서 특히나. 물론 그만큼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거리에서 일할 때가 가장 두근대고 즐겁다. 까레만의 콘텐츠인 커뮤니티 시리즈를 만드는 것처럼. 몇 장의 사진을 위해 가장 ‘거리다운’ 장소를 찾고, 스포트라이트 뒤편에 선 사람들을 만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마누 며칠 전에는 LA 카페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까레를 좋아하는 팬이라고 했다. 제일 처음 출시한 카고 재킷을 갖고 있다며 사진도 보여줬다. 연예인 ‘마누 리오스’를 알아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소중했다.
까레를 정의하는 세 가지 단어.
타임리스, 안락함, 다재다능.
까레의 넥스트 스텝은?
시대를 초월한 옷들로 우리의 아카이브를 계속 채우고 싶다. 그러려면 부족한 카테고리를 채우는 게 우선일 거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발과 액세서리류에 집중하고 있다. 아, 준비 중인 협업도 있다. 기대해달라.
한국에서는 언제쯤 까레를 만날 수 있을까?
머지않았다. 이 역시 기대해주길. 한국은 늘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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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성하영
    PHOTO 까레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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