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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모스키노. 벨트 러스트 무드.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이어링,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식구가 많네요.
그러게요. 평소엔 이 정도는 아닌데, 오늘 촬영 현장에 저희 회사 분들이 유난히 많이 왔네요.
요새 승리 씨가 기대주로 떠올라서 회사에서도 더 신경 쓰는 걸 수 있죠.
제가요? 그럴까요?
네. 아까 촬영할 때 소속사 대표님이랑도 잠깐 얘기 나눴는데 요즘 기분이 굉장히 좋으신 것 같던데요. 승리 씨가 최근에 ‘드라마 배우 트렌드지수’에도 이름이 올랐다고.
저한테는 그런 얘기 안 하시던데.(웃음) 저희 대표님이랑 저랑 거의 한 10년째 같이 일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뭐 그런 얘기를 하거나 딱히 티를 안 내세요. 이렇게 밖에 나가서만 얘기하시고.
어제 〈고려거란전쟁〉 마지막 화는 봤어요?
아직 못 봤어요. 마지막 촬영까지 끝나고 나서도 종방연이니 뭐니 스케줄이 좀 많았거든요. 어제가 처음으로 쉬는 날이었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쉬게 되니까 또 종일 자느라 놓쳤죠.
본인이 출연한 작품 챙겨 보는 편이에요?
모니터링은 해야 하니까 꼭 보죠. 사실 평소에는 그래도 제가 나온 작품을 객관적으로 잘 볼 수 있는 편인 것 같은데, 〈고려거란전쟁〉은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여서 전체적인 흐름이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나만 잘하면 됐을 텐데’ 계속 이런 생각으로 빠져들다 보니까. 그래서 본방으로 보는 게 은근히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 아쉬웠어요?
일단은 제가 대하사극 경험이 처음이었으니까요. 왜 옛날 대하사극 작품들 보면 엄청 진중하고 톤이 무겁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기존 궐내 여인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 있어서, 그걸 어느 정도까지 살려야 할지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 답을 첫 촬영할 때까지도 결국 찾지 못했던 느낌이고요.
어떤 얘기인지 알 것 같아요. 옛날에 비하면 최근 사극에서는 톤이 많이 누그러진 느낌이 있죠. 중장년 배우들은 사극 톤으로 연기를 하는데 젊은 배우들은 그냥 가벼운 톤으로 연기하는 게 한 작품 안에서 뒤섞이기도 하고요.
맞아요. 그래도 〈고려거란전쟁〉은 대하사극이라 어느 정도 무게를 갖고 가긴 하는데, 저한테는 그 부분이 유독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반 사전제작이라 시청자 반응에서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감독님과도 상의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부분이죠. 사극 자체도 어려운데 고려시대가 배경이다 보니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조선시대랑은 예법부터가 너무 다르니까, 현장에서도 배우들끼리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인사법에서부터 황제를 알현했을 때 얼굴을 쳐다봐도 되는가 하는 부분까지. 예를 들어 고려시대는 조선시대보다 여성들의 지위가 높았거든요. 영향력도 있었고, 말을 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장면을 연출하고 보면 낯서니까 고민이 되는 거예요.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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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극 중 아버지인 김은부가 거란 땅에서 고초를 겪고 극적으로 귀환하는 장면에서도 손만 맞잡고 말았었죠. 생사를 모르던 상황이니 달려가 껴안을 법도 한데.
사실 그 부분도 대본에는 ‘안는다’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느낌을 보니까 그게 너무 격의 없이 느껴지더라고요. 잘못 보면 연인 같은 느낌이 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손을 마주 잡고 서로의 눈빛으로 그간의 마음을 전하는 정도로 정리하기로 한 거죠. 제 아버지 역을 하신 조승연 선배님도 그런 면에서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고민을 끊임없이 하시더라고요. 신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정말 많은 생각과 연습을 해오셨다는 게 현장에서도 느껴져서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또 누가 있을까요? 〈고려거란전쟁〉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배우를 꼽는다면?
음… 지금 생각나는 건 김숙흥 역할을 맡으신 주연우 배우님요. 사실 현장에서 마주칠 기회는 없었는데요. 방송 보면서 놀랐죠. 너무 매력적이셔서. 종방연 때 처음 뵙고 인사드렸는데 그냥 사람 자체가 굉장히 멋있는 분이더라고요.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참여한 큰 작품인데 처음 제안받았을 때 부담되지는 않았어요?
엄청 부담됐죠. 저 대본 리딩할 때도 손을 덜덜 떨면서 했어요. 선배님들은 워낙 잘하는 분들인데, 또 한편으로는 사극에는 여성 캐릭터가 그리 많지 않으니까 현장에서 보면서 제가 참고할 수 있는 케이스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혼자만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제작발표회나 어디에서나 말씀드렸다시피 ‘진짜 나만 잘하면 되는데’ 하는 부담감을 늘 안고 있었고요. 그래서 결국 〈고려거란전쟁〉은 준비부터 리딩, 첫 촬영, 마지막 촬영까지 한순간도 긴장하지 않고 임한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부담됐는데도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뭘까요?
일단 제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다른 건 별로 상관 안 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고려거란전쟁〉은 그러고도 좀 망설였던 게, 대하사극이라 호흡이 길었잖아요. 32부작인데 제가 그걸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를 너무 믿어주셔서 저도 감독님 믿고 한번 경험해보기로 했던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