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와인 여왕이 된 콜롬비아인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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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와인 여왕이 된 콜롬비아인

콜롬비아 출신의 유일한 와인메이커 비비안 곤잘레스는 먼 길을 걸어 캘리포니아 와인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프리미엄 와인 카틀레야의 섬세한 플로럴 터치로 모두를 놀라게 한 그녀와 한낮의 와인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4.03.24
 
한국에서 콜롬비아 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다들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넷플릭스〉의 ‘나르코스’ 시리즈가 전 세계전으로 얼마나 인기를 끌었었는지 잘 알겠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캘리포니아의 여성 와인메이커 중 최고로 꼽히지만, 당신은 ‘나르코스’의 마약 전쟁이 메데진에서 벌어지던 시기에 성장한 와인 불모지 출생이죠. 어떻게 그 시기의 콜롬비아에서 와인을 접하고 와인을 양조해야겠다는 꿈을 품었는지가 궁금해요.
전 콜롬비아의 중산층에서 태어났어요. 심지어 저희 부모님은 와인을 마시지도 않았죠.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포도로 술을 만든다는 사실을 들은 뒤에 그 사실 자체에 매료되었어요. ‘포도가 와인이 된다고? 어떻게?’ ‘그런데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술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계속 했던 거죠. 문화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콜롬비아는 기독교 국가라 와인은 예수의 피, 신성한 술로 여겨지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께 얘기했어요. 와인을 좀 마셔보고 싶다고요. 그때가 14살이었죠. 25년전, 기자님이 말한 것처럼 마약 전쟁이 벌어지던 시절의 콜롬비아엔 먹고 살아가는 것 외의 모든 게 사치였고, 와인을 바는 식당 자체도 잘 없었죠. 그러나 아버지는 와인을 파는 레스토랑을 찾아서 와인을 시키고 제가 마셔볼 수 있게 해줬지요.
그 시절에 와인을 만들겠다며 프랑스 유학을 결정한 게 지금 생각하면 새삼 대단해요.
그렇죠. 콜롬비아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지 않는데, 와인을 만들겠다며 프랑스 유학을 결정했으니까요. 아마 프랑스의 대학들도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프랑스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당시 11개가 있었는데, 우편으로 입학 원서를 냈다가 전부 거절 당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그냥 가서 문을 두드려보기로 하고 앙굴렘 지역에 있는 학교에 찾아갔지요. 그 학교의 학장을 만나 저는 스페인어로 그는 불어로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고, 그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는 아마도 같은 로망어군 계열이라 말이 어떻게든 통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의 커리어도 대단합니다.
이후에 보르도 대학에서 공부를 좀 더 한 후 꼬냑 지방과 버건디에서 일하며 스킬을 쌓았죠. 그중 여허 사람들이 알만한 샤또라면 샤또 라 미시옹 오브리옹과 샤또 오브리옹에서 일했던 경험, 또 꼬뜨 로띠의 ‘도멘 미셸 앤 스테판 오지에’(Domaine Michelle & Stéphane Ogier)에서 일했던 경력 등일 겁니다.
정말 엄청난 도멘과 샤또들에서 일하며 와인 메이커로서 높은 기준을 세웠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와인의 세계에서 제가 모자를 벗어 존경을 표하는 사람이 둘 있어요. 샤또 오브리옹에서 지금은 제너럴 매니저로 있고, 예전에 제가 일할 때는 20년 넘게 와인 메이커로 일해오던 장 필립 마스클레(Jean-Philippe Masclef)를 정말 존경합니다. 당시에 장을 보면서 배웠던 모든 것을 지금 그대로 하고 있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사람들이 샤또 오브리옹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 막상 그 와인을 만든 장 필립 마스클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사실이죠. 또 다른 한 명은 크리스토프 후미에예요. 도멘 조르주 후미에의 와인 메이커지요. 운 좋게 그 도멘에 가서 와인을 테이스팅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와인들은 아직 배럴에서 숙성 중이었죠. 마셔보고 정말 너무도 놀랐어요. 와인은 강해야 하고, 동시에 섬세하며 우아해야하고, 아름답고 긴 여운을 남겨야 하죠. 제가 생각하는 와인의 삼박자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날 저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와인을 심지어 완제품도 아닌 배럴 테이스팅에서 맛봤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말은 쉽지만 타닌이 강하면 엄청나게 강한 구조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데, 이게 동시에 부드럽고 우아해야 하니까 정말 달성하기 어려운 경지지요.
지금은 최상급 브랜드인 카틀레야(Cattleya), 와인 메이커인 남편과 함께 양조한 쉐어드 노트(Shared Note), 좀 더 대중적인 알마 드 카틀레야(Alma de Cattleya) 3개의 라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1년 1개의 배럴에서 시작한 와이너리 치고는 대단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죠.
전 세계 최고들에게 와인을 배웠고, 최상의 스탠더드를 경험했지요. 그래서 최상의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적게 생산하더라도, 일반적인 와인이 아니라 특출난 걸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러나 투자를 받으려면 일단 와인이 있어야했고, 결국 제가 투자해서 만들 수 있는 건 1배럴이 전부였어요. 다행히 이후에 피소니(Pisoni) 에스테이트를 소유한 남편을 만났지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저를 지지해준 와인메이커인 남편의 덕이 커요. 남편과 제가 함께 또 다른 프리미엄 라인인 ‘쉐어드 노트’를 양조한 이유기도 합니다. 알마 드 카틀레야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와인의 정수를 전달하고 싶어서 만든 브랜드에요. 말 그대로 카틀레야의 영혼(alma)이지요.
 
그녀의 3개 브랜드를 대표하는 와인들. 쉐어드 노트의 ‘르 르쏭 드 메트흐 2021’, 카틀레야의 ‘퀴베 넘버 1 피노 누아 2021’, 알마 드 카틀레야의 ‘소노마 카운티 피노 누아 2021’.

그녀의 3개 브랜드를 대표하는 와인들. 쉐어드 노트의 ‘르 르쏭 드 메트흐 2021’, 카틀레야의 ‘퀴베 넘버 1 피노 누아 2021’, 알마 드 카틀레야의 ‘소노마 카운티 피노 누아 2021’.

와인을 양조할 때 배양 효모가 아닌 자연 효모를 쓰고, 여과와 청징의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내추럴 와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일단 자연 효모를 쓰는 이유는 그 땅에서 난 효모를 써서 때루아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배양 효모에 비해 자연 효모는 발효가 완료되는 기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발효 과정이 길면 레드와인의 컬러들이 아름답게 나오고, 갑작스럽게 발효가 빨라지면서 맛을 컨트롤 할 수 없는 경우를 피할 수 있지요. 효모의 균종을 컨트롤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훨씬 더 복합적인 맛을 내는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과와 청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는 청징에 사용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산소와의 접촉을 컨트롤 하기 위해서입니다. 필터레이션을 하게 되면 와인이 미량이지만 어찌됐든 산소와 접촉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제가 내추럴 와인과 다른 점은 이산화황을 사용한다는 점일 겁니다. 아주 미량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저는 안 좋은 박테리아들을 죽일 정도의 양만 사용하고 있어요.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이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좋은 박테리아들이 죽기 때문인데, 그걸 피하기 위해 이산화황의 양을 조절하지요.
당신의 화이트 와인을 두고 한 마스터 소믈리에와 논란이 벌어졌었다고요.
10년 전 일인데요, 쉐어드 노트라는 저희 화이트 와인을 시장에 내놨을 때였어요. 그 와인이 저희의 프리미엄 와인이었고 당시 출시가가 미국에서 화이트 와인 중 두 번째로 높았죠. 도매처에서 ‘와인은 좋은데, 너무 비싸서 팔기가 힘들다’라고 하소연을 하며 이 와인을 팔수 있도록 소매상들을 설득하는 작은 행사를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어요. 도매상과 거래하는 관계자들 한 20명을 모아서 블라인드 테이스팅 오찬을 마련했지요. 그때 저희 쉐어드 노트 화이트 와인 2종과 같이 서브된 와인은 프랑스 루아르의 디디에 다그노 ‘실렉스’, 샤토 디켐에서 내놓은 화이트 ‘이그렉 디켐’ 등 더 비싼 가격대의 프랑스 와인들이었어요. 보통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일단 구대륙이냐 신대륙이냐를 따지고 구대륙이면 어떤 국가의 어떤 품종이냐로 좁혀가며 진행되지요.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 100%가 쉐어드 노트가 프랑스 와인이라고 결론지었어요. 쉽게 얘기하면 더 비싼 와인들보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입증한 셈이죠. 그런데, 그 중에 아주 유명한 마스터 소믈리에가 있었거든요. 그분이 결과를 보고는 “이건 말도 안된다. 너희가 나를 속이려고 프랑스 소비뇽 블랑과 바꿔치기를 한 게 틀림 없다”며 화를 냈어요. 그래서 결국 라벨을 보여주고 새 병을 오픈해 따라주고 나서야 제 와인이 맞다는 걸 인정했지요. 지금은 카틀레야와 쉐어드 노트를 지지해주는 너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훌륭한 프랑스 와인들이 많고 저 역시 이들을 사랑하지만 퍼포먼스가 뛰어난 신대륙의 와인들이 상대적으로 낮게 가치 매겨지는 경우가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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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성룡
    ASSISTANT 신동주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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