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11개의 별을 딴 미쉐린 셰프들이 말하는 '창작의 필수 요소' | 에스콰이어코리아

FOOD

Part 1. 11개의 별을 딴 미쉐린 셰프들이 말하는 '창작의 필수 요소'

파인다이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모수, 정식, 권숙수, 밍글스, 스와니예. 한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의 다섯 셰프가 돔 페리뇽의 이름 아래 모여 ‘Labor of Creation(창작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4.03.23
 
JUNGSIK

Yim Jungsik 

 
돔 페리뇽의 뱅상 샤프롱은 레이디 가가와 함께하는 ‘Labor of Creation’ 캠페인을 통해 “나는 댄서가 무대에 오르는 기분으로 포도밭에 들어갑니다”라고 말했지요. 셰프의 노동도 이와 비슷할 것 같아요.
전 그 말을 결국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엄청난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일하는 방식은 다 다르겠지만, 막대한 노동을 들여야 한다는 건 똑같다는 뜻으로요.
아까 농담으로 한국에 있는 ‘미쉐린 4스타 셰프’(임정식은 미국 정식에서 2스타, 한국 정식에서 2스타를 수상했다)라는 말을 했어요. 그런 스타 셰프 임정식이 제일 처음 취업한 업장이 어디고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해요.
아직 미국에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하러 가기 전에 당시에 유행하던 전통 주점에서 일한 게 첫 주방 취업 같아요. 타이틀이 참 많았죠. 주방 보조, 설거지, 서빙까지 다 했죠. 본격적으로 주방에 취업한 건 2년 후예요.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한식조리사자격증 등을 따러 다니던 때였죠. 그때가 아마 스물다섯 살 언저리였을 거예요. 강남역 앞에 하루에 손님 1000명이 오는 ‘퓨전 호프집’에서 일했죠. 당시는 파인다이닝 문화가 전무하던 시절이라 ‘퓨전 요리’가 지금의 파인다이닝급으로 취급받던 때였어요. 이력서도 쓰고, 자격증도 복사해서 제출하고 설거지부터 시작했는데, 업장 안을 가득 채웠던 엄청난 소음과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주방에서 공장 설비 앞에 선 라인 노동자처럼 설거지를 하던 게 기억나요. 지금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당시엔 체력이 더 좋았거든요. 석 달을 넘기고 나니까 주방장님께서 “너처럼 오래 버틴 애는 처음이다”라면서 정직원으로 승진을 시켜줬죠.
나중에 업장을 운영할 때 도움이 되었나요?
모든 경험은 하나도 놓칠 게 없잖아요. 당시에 라인에는 조리를 하는 정직원들이 있었고, 오징어 20g, 조개 다섯 알, 그런 식으로 식재료의 포션을 미리 준비해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백업을 맡고 있었어요. 시트가 400석에 하루 접객 규모가 1000명인 성공한 식당에서 일해보니 대형 업장이 굴러가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배우게 됐죠. 요리 영화에서처럼 집에 돌아가 혼자 양파 자르는 법을 연구하면서 칼질 연습을 한 게 아니라, 대형 사업체의 구조적인 것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게 큰 경험이 되었어요.
전 셰프의 창작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끔 신기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정식당의 시그너처인 김밥도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죠.
초기엔 바삭한 김부각 안에 밥을 채워 넣는 걸 베이스로 하고, 트러플 등의 고급 식재료로 트위스트를 줬죠. 이후엔 이 김밥과 함께 내는 단백질 식재료에 변화를 주고 있어요. 언젠가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참치김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보고 생참치를 곁들여 내기도 했고, 동해안에서 올라온 새우를 써서 일식의 단새우처럼 내보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김밥 업장에 있는 ‘모둠김밥’처럼 온갖 고급 식재료 중 식감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것들, 성게알, 가리비, 단새우 등을 모아서 함께 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메뉴를 바꾸는 창작 과정들에 결국 노동이 들어가죠.
‘맛’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데도 힘을 들여요. 예를 들면 저희의 또 다른 시그너처 중 하나인 디저트 메뉴 돌하르방을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는데, 왜 사람들이 돌하르방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거죠. 제 결론은 결국 감성의 터치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맛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 요리에 담긴 어떤 지점이 고객들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해요.
트렌드를 살피는 일도 중요한가요?
전 오히려 트렌드가 보이면 살짝 피해 가려고 해요. 다들 하고 있는 걸 쫓아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건 확실히 그래요. 굳이 따지자면 트렌드를 선도하는 쪽이죠.
(웃음) 아녜요.  
정식당의 시그너처인 김밥 중 여러 식재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둠김밥’과 돔 페리뇽 빈티지 2013 그리고 돔 페리뇽 빈티지 2004 플레니튜드 2.

정식당의 시그너처인 김밥 중 여러 식재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둠김밥’과 돔 페리뇽 빈티지 2013 그리고 돔 페리뇽 빈티지 2004 플레니튜드 2.

가장 깊게 파고들었던 주제 중 하나가 고깃국물이죠. 당시에 인터뷰로 만나 거의 소 한 마리를 끓여가며 고깃국물을 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최근에 도산대로에 ‘곰탕랩’을 내기도 했고요.
원래 국물 요리를 좋아해요. 처음 고깃국물을 다룰 때는 정말 깊이 빠져서 한 2년 동안 냉면과 곰탕만 먹었을 정도예요. 일주일 내내 하루 세끼를 고깃국물이 들어가는 요리만 먹은 적도 있어죠. 당시엔 제가 좋아하는 냉면집 육수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직접 소나 돼지의 여러 부위를 끓여서 맛을 내보기도 하고, 그것들을 섞어보기도 하고 아주 근사하게 만든 뒤에는 그보다 낫게 나만의 색을 집어넣기도 했죠. 제가 그런 건지 요리사들이 다 그런 건지는 몰라도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이 정말 재밌었어요. 당시의 경험을 살려 지금의 곰탕랩을 다시 시작한 거죠.
곰탕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받은 영감을 섞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돔 페리뇽의 마스터 셀러 뱅상 샤프롱이 돔 페리뇽의 아상블라주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재료를 구하고 그 재료들을 요리하며 모자란 부분을 다른 재료로 채우고, 감칠맛과 짠맛과 단맛 그리고 신맛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매우 비슷하죠. 그 과정에는 창작자들만이 아는 수고가 들어갑니다. 돔 페리뇽을 만들 땐, 포도를 선별 압착한 후 발효시키고, 이 와인들을 블렌딩해서 맛의 균형을 맞추고 다시 당을 집어넣고 기포를 발생시키는 2차 발효를 진행하죠. 그게 끝이 아닙니다. 병들을 돌려가며 죽은 효모들을 병 목 부분으로 모으고 마지막엔 기포를 손상하지 않고 이 찌꺼기들을 빼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죠. 아까 제가 한 말이 그런 거예요. 모든 창작에는 엄청난 노동이 들어간다는 말이요.
뱅상 샤프롱은 음악과 비슷하다고도 얘기했죠.
저도 영감을 받는 과정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음악가들을 보면 일상의 소리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셰프들도 비슷합니다. 평상시에 계속 눈과 귀를 열어두고 제가 받은 모든 감각을 녹여내요. 그런데 참 중요한 건, 영감은 제가 받으러 가야 찾아오더군요. 그냥 밥을 먹으면 식사지만, 내가 먹는 음식의 어떤 특징에 집중하면 그 식사는 영감이 됩니다.
돔 페리뇽 소사이어티 셰프로 가장 오랜 기간 돔 페리뇽과 함께했죠. 직접적으로 영감받은 부분은 없었나요?
돔 페리뇽의 메종에 초대받아 처음 갔을 때 한 프렌치 셰프님과 함께 요리하는 돔 페리뇽의 페어링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저는 당시에 전통적인 프렌치 퀴진을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만들어주신 요리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동남아시아풍의 커리였어요. 물론 전통식의 동남아풍 커리보다는 맛과 향들이 조금씩 부드러운 상태였지만, 그런 페어링도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놀랐죠. 그 이후에도 전 세계에 있는 돔 페리뇽의 다른 소사이어티 셰프들과 유대를 통해 영감적인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SOIGNÉ

Lee Jun 

 
최근에 새로운 공간으로 옮겼다고 들었어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최근 서래마을에서 10년을 마무리하고 신사동으로 옮겼습니다. 제일 큰 변화는 스와니예의 핵심적인 공간이었던 다이닝 바를 없앴다는 점일 거예요. 바를 없애면서 예전의 낮은 조도에서 화이트 톤의 밝은 분위기로 변했죠. 서래마을의 스와니예는 바에 앉아 다이닝의 음식들을 준비하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지금은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밖에서 주방 안에서 움직이는 셰프들을 볼 수 있도록 바뀌었어요. 집단 창작으로서의 요리 개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달까요? 애플 스토어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처럼 공간의 단면이 스프레드로 넓게 펼쳐져 있어서 마치 무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애플 스토어라고 하니, 단번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브랜드가 어느 정도 확립됐을 때만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느껴져요.
예전부터 어떻게 하면 요리사라는 직업이 가장 멋있어 보일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10년을 하다 보니 ‘멋지게 보이려 한다고 해서 멋있어 보이는 건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공간과 환경이 받쳐주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모습들이 충분히 멋있어 보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기도 했고요.
‘스와니예’가 프랑스어로 ‘완성도가 높은’이라는 뜻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 역시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결국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재료와 노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예술 얘기를 하시니 생각나는데요. 저희도 저희 자신에게 요리란 예술인가 상업인가를 꽤나 자주 되묻습니다. 결국 그 둘은 반대되는 개념 같으면서도 떨어져 있지 않아요. 한국에서 ‘노동’이라는 단어는 조금 다양한 의미를 갖습니다만, 여기선 노사 관계의 투쟁 의미보다는 ‘노력’이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예전에는 전 노동이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를 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완성도를 생각하면서 결국 노동이 목적이 되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만약 제가 만족을 느꼈다면 더 들이지 않아도 좋을 노동을 제 안에 있는 높은 완성도에 대한 열망 때문에 계속 더 들이게 되거든요. 완성도를 높이는 행위 자체가 노동의 행위가 되는 거죠. 수동적이지 않은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인풋을 집어넣기 마련이거든요. 노동을 열심히 했더니 창작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하는 과정 그 자체가 창작이라고 생각해요.
달걀 커스터드에 대파 오일을 두르고 국내산 달팽이와 볶은 시금치를 올린 스와니예의 시그너처 디시인 서래달팽이는 스와니예에서 오래 사랑받은 따듯한 에피타이저다.

달걀 커스터드에 대파 오일을 두르고 국내산 달팽이와 볶은 시금치를 올린 스와니예의 시그너처 디시인 서래달팽이는 스와니예에서 오래 사랑받은 따듯한 에피타이저다.

창작이 노동 그 자체에서 얻어진다는 말이군요.
운동선수가 자기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하는 것, 연주자가 어떤 곡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기울이는 시간을 우리는 훈련이나 연습이라고 말하죠. 마찬가지로 요리사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창작물에 끊임없이 노동을 들일 수밖에 없어요. 그 역시 훈련이고 연습 과정이니까요.
결국 셰프의 노동은 내적으로 어떤 완성도의 기준을 세우느냐에 달렸군요. 남이 정해주는 것보다 힘들 것 같아요.
매번 힘들죠. 지금도 힘들어요. 결국 만족하지 못한다는 건 행복하지 않다는 거거든요. 어떤 의미에선 자학적이기도 해요. 나 혼자만의 수련이면 낫겠는데, 요리는 외부에서도 많은 압력을 받거든요. 어떨 때는 제가 대중보다 빠르게 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너무 빨리 가면 이해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가면 혹평을 받죠.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중 요리가 아님에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스와니예는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표방하는 에피소드 형식을 차용하고 있죠. 그것 역시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일 텐데요.
예전에는 메뉴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방식을 사용하다가 8년 차 정도에 각 디시들에 에피소드를 담는 방식으로 바꾸었어요. 넘버링을 붙이진 않지만, 전체 메뉴가 바뀐 걸로 따지면 이제 마흔 번 가깝게 바뀌었어요. 디시로 따지면 500개의 새로운 디시들이 바뀌었죠. 한류의 앞줄에는 한국 드라마가 있죠. 한국인들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똑같은 결과라도 금수저보다는 흙수저가 성공하는 드라마를 좋아하죠. 제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의 맛과 그에 붙어 있는 이야기로 기억하기를 바랐어요.
시그너처인 서래달팽이는 돔 페리뇽의 어떤 빈티지와 매칭하면 좋을까요?
서래달팽이는 깊이 있는 맛을 구현하는 요리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맛들로 구성된 디시예요. 아직 젊은 돔 페리뇽 빈티지 2013과 잘 어울려요.
 

 
MINGLES

Kang Mingoo

 
밍글스가 올해로 10주년입니다. 기억나는 변곡의 순간이 있나요?
지금 자리로 옮긴 지 5년 되었는데, 그 전 5년 동안은 업장을 세 번이나 옮겼어요. 이사를 결정하고 짐을 싸고, 심지어 한 번은 가까운 거리라 용달 하나를 빌려 직접 이고 지고 날랐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이사를 자주 했다는 건 다른 변화가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그때마다 뭔가를 버리고, 사오고, 수정하고, 오류를 바로잡았던 것 같네요. 수정은 정말 중요해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정통 레스토랑과 다른 점이라면 아마 정해진 메뉴를 꾸준히 내는 것이 아니라 레스토랑의 색과 셰프의 철학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담아낸다는 점일 거예요. 그래서 그 요리를 만드는 제가 그 당시에 어떤 일에 관심이 많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요리에 다 드러나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제가 한때 채식에 심취해서 매주 주말 정관 스님이 계신 백양사 천진암까지 내려가 거기서 스님께 요리를 배우며 하루씩 자고 오는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한 1년 반 정도를 그렇게 했죠. 그래서 밍글스 메뉴의 한 60~70%를 채소 베이스로 바꾸고 비건 코스도 짜 넣었죠. 제 자신이 채소로 만든 그 음식들이 너무나 좋았고, 제가 거기서 영감을 받았기에 그렇게 했던 거죠. 다시 생각해보면 전 손님을 배려하는 음식을 한 게 아니라 손님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강요하는 메뉴를 짰던 거죠. 실수였고, 다시 손님과 교감할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 수정했지요.
오래전 인터뷰 중에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면서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정관 스님, 조희숙 셰프님을 찾아갔다’고 답했던 게 기억나는데, 지금 말한 것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수정하는군요.
그 답변을 했던 맥락이 기억납니다. 저희 세대는 큰 어려움 없이 자랐고, 자기애가 강하고 글로벌 경험과 활동이 많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내게 가장 익숙한 한식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며 한식을 시작했어요. 내가 오래 먹어온 요리이고 내가 가장 잘 이해하는 요리이니까 나 역시 잘 해낼 수 있다고 막연히 시작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밍글스를 열고 보니 외국에서고 한국에서고, 제대로 한식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 거예요. 밍글스 초창기 음식은 외국에서 요리를 배워온 외국인 셰프가 외국 요리에 한국의 식문화를 덧입히는 수준이었어요. 제가 ‘나의 한식의 두 어머니’라고 부르는 그분들께 제대로 된 한식의 밑바탕을 식재료를 다루는 법부터 다시 배웠죠.
아주 까마득한 기억일 수도 있지만, 처음 주방에서 요리하던 때를 기억하나요?
당시 다음 카페의 요리 동호회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회원 중에 웨딩홀 뷔페 쪽에서 일하던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주말에 한번 아르바이트하러 오라고 하셔서 뷔페 주방에서 일했던 게 처음인 것 같아요. 작은 볼이 아니라 거대한 ‘다라이’에다 몇백 명분의 사리나 잡채를 만드는 일을 도왔죠. 다음 날 근육통이 심하게 왔던 게 기억나요.
셰프님들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것 같아요. 혹시 정말 하기 싫었던 일도 있나요?
주방에서 하기 싫었던 일은 없어요. 어릴 때는 뭐라도 하나 더 배우고 싶어서 어떤 재료라도 한 번 더 손질해보고 싶어 했거든요. 20대 때는 심지어 다른 섹션에 가서 무급으로 도와주거나 쉬는 날 나와서 다른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일해준 적도 있어요. 오히려 그때는 힘들지 않았어요. 그냥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오너 셰프가 되고 나서는 음식 이외의 부분들에 신경을 되게 많이 써야 하니, 그런 부분이 정말 어렵죠.
우리나라의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를 정성껏 조리해 하나의 팟에 담아내는 ‘밍글링 팟’. 철마다 다른 제철 식재료를 하나의 볼 안에 담는 밍글스의 시그너처 디시.

우리나라의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를 정성껏 조리해 하나의 팟에 담아내는 ‘밍글링 팟’. 철마다 다른 제철 식재료를 하나의 볼 안에 담는 밍글스의 시그너처 디시.

창작에서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셰프는 머리와 몸을 동시에 써서 일하는 직업이잖아요. 하루 종일 서 있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체력이 정말 중요해요.
홍콩의 ‘한식구’,  반얀트리 호텔의 ‘페스타 바이 민구’도 있죠. 시간 관리가 궁금해요.
그건 정말 제가 없어도 믿을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스태프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한식구를 하면서는 오히려 창의성이 확장됐어요. 예를 들면 밍글스 메뉴를 짜고, 그걸 한식구에 보낼 때도 있고, 한식구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를 배워서 밍글스 메뉴에 활용해보기도 하죠.
돔 페리뇽은 ‘노동으로서의 창작’ 혹은 ‘창작의 노고(Labor of Creation)’를 강조합니다. 노동으로서 요리는 좀 어떤가요?
한식이 손이 많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장이나 장아찌 혹은 김치를 메뉴에 활용하기 때문이에요. 100%는 아니지만 저희 역시 상당 부분의 김치류와 장류를 직접 담아 쓰고 있어요. 물론 손이 많이 가지만, ‘한식이라 손이 많이 간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모든 요리가 똑같아요. 결국 내가 이 음식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느냐로 결정되죠. 저희가 장을 담그게 된 이유는 어떤 장이 좋은지를 선별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 과정, 무언가를 경험해 알아보는 과정은 노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투자라고도 할 수 있죠.
 
 
 
NORTHERN SEOUL
 
1. SOUL DINING ★
Contemporary
B1, Bana Hill, 35 Sinheung-ro 26-gil, Yongsan-gu, Seoul
 
2. MOSU ★★★
Innovative
4, Hoenamu-ro 41-gil, Yongsan-gu, Seoul
 
3. SOSEOUL HANNAM
Korean Contemporary 
B1, Building B, 21-18 Hannam-daero 20-gil, Yongsan-gu, Seoul
 
4. ZERO COMPLEX ★
Innovative
11-8, Seobinggo-ro 59-gil, Yongsan-gu, Seoul 
 
 
 
SOUTHERN SEOUL
 
5. SOIGNÉ ★★
Innovative
2F, Sinsa Square, 652 Gangnam-daero, Gangnam-gu, Seoul
 
6. CAVISTRY
European cuisine
1F, 21 Dosan-daero 37-gil, Gangnam-gu, Seoul
 
7. W GANA
Korean contemporary
2nd floor, 20 Dosan-daero 49-gil, Gangnam-gu, Seoul
 
8. JUNGSIK ★★
Contemporary
11 Seolleung-ro 158-gil, Gangnam-gu, Seoul
 
9. LAVENDER
Korean contemporary
4F, 13-12 Seolleung-ro 158-gil, Gangnam-gu, Seoul
 
10. SUSHI SAITO by JUYON
Japanese cuisine
2nd floor, 30 Apgujeong-ro 75-gil, Gangnam-gu, Seoul
 
11. MINGLES ★★
Korean cuisine
2F, Hilltop Building, 19 Dosan-daero 67-gil, Gangnam-gu, Seoul
 
12. KWONSOOKSOO ★★
Korean cuisine
4F, ES Building, 37 Apgujeong-ro 80-gil, Gangnam-gu, Seoul
 
13. KANG MIN CHUL ★
French cuisine
B1, 18 Dosan-daero 68-gil, Gangnam-gu, Seoul
 
14. MUOKI ★
Contemporary
2F, 12-12 Hakdong-ro 55-gil, Gangnam-gu, Seoul
 
15. SOLBAM ★
Contemporary
2F, Nonhyeon Baekyoung Center, 231 Hakdong-ro, Gangnam-gu, Seoul
 
16. ALLEN ★★
Contemporary
#E205, 2F, 231 EAST, Teheran-ro, Gangnam-gu, Seoul
 
17. CRAB52
Seafood buffet
52F, 511 Yeongdong-daero, Gangnam-gu, Seoul 
 
 
 

Keyword

Credit

    EDITOR 박세회
    CONTRIBUTING EDITOR 강보라
    PHOTOGRAPHER 김참
    PHOTO 정우영(정식)
    STYLIST 문승희
    HAIR & MAKEUP 권호숙
    ASSISTANT 신동주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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